작년 해운대구 달맞이고개에서 발견돼 화제를 모았던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여우 'SKM-2121'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고향인 경북 영주의 소백산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던 여우는 약 25㎞ 떨어진 강원 정선군에서 숨졌다.

24일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SKM-2121은 지난 7일 강원 정선군에서 사체로 발견됐다. SKM은 시설에서 출생(S)한 한국(K)의 수컷(M) 여우라는 뜻이고, 2121은 2021년에 태어난 21번째 개체라는 의미다. 여우의 사망 원인은 호흡기계통 문제인 폐부종으로 추정되며, 농약 등에 중독된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SKM-2121은 2021년 3월 소백산 국립공원연구원 중부보전센터에서 태어나 그해 12월 소백산에 방사됐다. 이후 강원 영월과 충북 충주 등에서 발견됐으며, 지난해 5월에는 고향인 소백산에서 400㎞ 떨어진 부산 달맞이고개에서 목격돼 관심을 모았다. 이 여우는 해운대구 일대에서 200여일간 활동했다.

국립공원공단 측은 여우 보호를 위해 이동 포획을 시도해왔으나, 작년 12월 중순부터 여우에 달린 위치발신기 배터리가 꺼져 위치 정보 확인이 어려워졌다. 국립공원공단은 이후 여우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온 결과, 강원도 정선에서 여우의 폐사체를 발견했다. 여우는 원래 한반도 전역에 분포했으나 1960년대 쥐잡기 운동 등으로 개체수가 급감해 멸종위기에 처하게 됐다. 환경부는 2012년부터 여우 복원사업을 벌여왔으며, 현재 야생에 70여마리가 살고 있다.

다양한 곳에서 서식하는 여우는 사람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는 않지만, 생물종 복원을 위해 보호되어야 한다.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인 정환진씨는 "도심에서 살던 여우가 본능적으로 다시 회귀하는 과정에서 폐사체로 발견된 이번 일은 안타깝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생물종 복원의 한 과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인 송형근씨는 "여우는 기존 서식지에서 벗어나 원거리를 이동하고 산지, 농촌, 도심 등 다양한 곳에서 서식하는 생태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여우를 발견하게 되면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중부보전센터에 신고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번 SKM-2121의 사망은 한반도의 멸종위기 동물들을 보호하고 보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여우를 비롯한 멸종위기 동물들을 지속적으로 보호하고 조치를 취해야, 우리 자신의 생태계와 생활환경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